본문 바로가기

생명평화 이야기

청와대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어느 조직이냐구요?

같은 사무실의 동료분이 아침마다 시를 권해줍니다. ^^
낭독을 하게 하는데 시를 잘 살리고 싶은 마음에 버벅댑니다.
오늘 읽은 시는 송경동 시인의 시입니다. 권해드립니다. 제 소감은 아래에 소개하겠습니다. 시 자체를 감상해보세요~!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을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으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요즘 민간인 사찰 이후 저도 감시받고 있는건 아닐까 ...감시받고 있게죠? 어느 정당에 가입되어 있냐고 물은다면 저도 말하고 싶네요. 난 자연에 가입되어있다고. 시가 참 감동적입니다. 제 안에 위축되어 있던 비굴함이 사라졌습니다. ^^ 많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습니다.

송경동 시인에 대해 검색해보니 또다른 시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혜화 경찰서에서


영장 기각되고 재조사 받으러 가니
2008년 5월부터 2009년 3월까지
핸드폰 통화내역을 모두 뽑아왔다
난 단지 야간 일반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잡혀왔을 뿐인데
힐금 보니 통화시간과 장소까지 친절하게 나와 있다
청계천 탐앤탐스 부근......

다음엔 문자메씨지 내용을 가져온다고 한다
함께 잡힌 촛불시민은 가택수사도 했고
통장 압수수색도 했단다 그러군
의자를 뱅글뱅글 돌리며
웃는 낯으로 알아서 불어라 한다
무엇을, 나는 불까

풍선이나 불었으면 좋겠다
풀피리나 불었으면 좋겠다
하품이나 늘어지게 불었으면 좋겠다
트럼펫이나 아코디언도 좋겠지

일년치 통화기록 정도로
내 머리를 재단해보겠다고
몇년치 이메일 기록 정도로
나를 평가해보겠다고
너무하다고 했다

내 과거를 캐려면
최소한 저 사막 모래산맥에 새겨진 호모싸피엔스의
유전자 정보 정도는 검색해와야지
저 바닷가 퇴적층 몇천 미터는 채층해놓고 얘기해야지
저 새들의 울음
저 서늘한 바람결 정도는 압수해놓고 얘기해야지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 


^^ 슬프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네요. 그렇게 나를 알고 싶으면 사랑한다고 얘기해야지 이게 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