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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이야기

안도현 시인 "나는 펜으로 4대강을 지키겠다"

어제 저녁 조계사 앞마당을 찾았습니다. 조계사 앞마당에서는 4대강 사업을 막아내고, 문수스님의 소신공양의 큰 뜻을 기리기 위해 매일 저녁 8시 생명평화대화마당을 열고 있습니다. 문수스님의 소신공양 이후 오늘로 3일밖에 남지 않은 대화마당이었습니다.

대화마당의 발언자로 나선 사람은 “너에게 묻는다” 라는 시로 유명한 안도현 시인이었습니다. 시인의 감수성으로 바라본 4대강 사업은 어떤 것을까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 현장을 글과 영상으로 전합니다.

사회자 : 4대강 사업 반대에 나서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안도현 : 저의 고향은 경상북도 예천인데, 낙동강의 지류인 내성천이라는 곳에서 자랐습니다. 깨끗한 모래사장을 가진 아름다운 곳입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면 내성천의 맑은 모래들이 싹 없어지고 풀밭이 된다는 소식에 방에 앉아서 시만 써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인으로 살면서 정부나 정치권력과 싸울 일이 십년 간 없어서 그 동안 행복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김지하 시인과 싸워서 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시인은 아니지만 미네르바와 싸워서 판정패한 것 같습니다. 하여간 시인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저도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겠습니다.

사회자 : 강은 시 창작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데, 안 시인에게 강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 제가 쓴 책 중에 연어라는 책이 있습니다. 책이 나온 15년 전만 하더라도 낯선 물고기였습니다. 연어가 죽을 때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거슬러 올라온다는 얘기를 듣고 연어에 대해서 쓰지 않으면 안 될 의무감 같은 걸 느꼈습니다. 그 글을 쓰며 민물고기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알게 됐습니다. 글을 쓰며 풀, 벌레, 물고기 이름을 알아가는 게 이 세상 어떤 지식을 취하는 것보다 뿌듯한 기분을 느낍니다. 그런 작은 물고기들이 4대강 사업이 그대로 진행된다면 영영 사라져버릴 것입니다. 지금도 옛날 강에 비해서 오염돼 있는데, 더 망치려고 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도 펜을 가지고 싸워야겠단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민 :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시도 많이 써 오신 것으로 아는데 앞으로의 시작 방향이 궁금합니다.

안도현 : 모든 시는 굳이 정치적인 걸 표방하지 않더라도 정치적 기호가 담겨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는 굳이 그런 걸 드러낼 필요가 없었습니다. 어떻게 말할 때 가장 효과적일까라는 걸 많이 고민합니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이명박 정부 들어 표현의 자유가 많이 억제돼 있다고 느끼고 있고, 이걸 말할 기회를 호시탐탐 계속 노리고 있습니다.

시민 : 내성천이 시인의 고향이라고 하셨는데, 저도 내성천을 몇 번 갔었습니다. 현재 내성천 상류 쪽에 영주댐을 짓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아직 이런 곳이 남아있었나 할 정도로 자연이 잘 보존된,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국민들이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알면 댐 건설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tv에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안타깝습니다. 이걸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없겠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여쭤봅니다.

안도현 : 전주에 살면서 실상사에 자주 갑니다. 실상사 아래 쪽에서 지리산 댐 반대 운동이 작년 여름에 한창이었습니다. 실상사가 전남 남원에 있고, 다른 쪽으로는 함양, 마천과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천면 주민들은 조용하고, 한 쪽만 반대운동에 참여하더라. 영주댐도 그런 형국인 듯 싶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좀 더 고민해 보겠습니다. 무엇보다 저의 어릴 적 추억이 허물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사진 : 4대강 생명살림 이세형님 제공

사회 : 7-80년대 민중 시인들의 역할이 컸는데, 문민정부 들어 많이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이명박 정권 들어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는지요? 민중 시인들의 동향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안도현 : 언젠가부터 “시대의 안테나”로서의 시인의 역할을 네티즌에게 빼앗겼다고 봅니다. 그런데 용산 참사 이후 시인들의 역할이 생겼습니다. 그 사건이 시인들을 눈 뜨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비단 민중 시인뿐 아니라 그런 시를 쓰지 않았던 젊은 시인들마저 모임을 만들고 발언하게 됐습니다. 제가 소속돼 있는 작가회의에서도 4대강 사업을 막기 위해 기행도 다녀오고 하면서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인들보다 시를 잘 써야겠다는 욕심이 강해서 아직까지 저는 한 편도 못 쓰고 있습니다.

사진 : 4대강 생명살림 이세형님 제공

시민 : ‘모든 시인은 생태주의자다’ 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안 시인께서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안도현 : 모든 시인은 어린이다 란 말도 있습니다. 5월에 코스타리카에 다녀왔는데 그 곳의 어떤 시인이 그럽디다. 모든 시인은 좌파라고. 그게 시인의 운명인 것 같습니다. 삐딱하기를 권유하는 것. 시인이 생태주의자인 이유는 시인이 평화의 편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거꾸로 모든 생태주의자는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야기가 끝나고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대화마당이 끝나고 잠깐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밤10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지만, 또 행사가 있으시다며 발길을 재촉하시길래, 택시 타러 함께 걸어가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걸어가면서 찍은 것이라 화면이 조금 흔들리는 좀 양해 바랍니다.



안 시인님은 “문인으로써 펜의 힘으로 4대강을 반드시 지켜내겠다” 고 하셨습니다.

4대강 사업은 곡선으로 흐르는 강을 직선으로 만드는 사업이라 합니다. 강은 곡선으로 흘러야 많은 생명들이 살 수 있습니다. 시인의 마음으로 봤을 때, 4대강이 파괴되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임을 간절하게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4대강을 얘기하실 때 마다 안도현 시인의 목소리에는 작은 떨림이 있었고, 눈에는 물기가 축축했습니다. 강이 우리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시인의 감수성으로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안도현 시인님의 이야기에 충분한 공감이 되셨나요?
여러분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해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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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8시 조계사에 마지막 생명평화 대화마당이 열립니다. 윈디시티 김반장과 최진성 감독님이 오십니다. ^^

++ 7월 17일 7시 30분 시청 앞 광장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을 기리는 국민추모제가 있습니다. 많이들 오셔서 문수스님의 뜻을 이어주세요.